찬이 찌찌먹구 잠깐 자는 사이에 엄마는 밀린 목욕하구, 나는 오랜만에 컴터앞에 앉았다.
얼릉 안써놓으면 까먹을 거 같아서.. ㅎㅎ
아래 글이 너무 길어져서 요약본 새로 씀
진통 처음 느낀시각: 새벽 6시,
우리 찬이 태어난 시각: 23시 06분,
분만실 체류시간: 약 7시간 반,
푸쉬한 시간: 의사샘 기다린거까지 해서 약 한시간,
결론: 에피듀럴 맞고 순산했음.
12/11/08 목요일, 찬이 오던 날전날, 이러다가 예정일 넘기겠다는 생각에 틈틈이 계단 오르내리기를 해줬다. 저녁먹자마자 10회, 밤늦도록 오빠랑 게임하는 도중에 도합 10회정도? 하다보니 아기가 나올거 같은 느낌이 들기보다는 몸이 점점 더 가뿐해지는거다. 넘치는 기운에 마지막 판에는 막 뛰어서 오르내렸다능.. 과도한(?) 운동으로 허리만 아파졌다.
운동의 여파로 평소보다는 좀 일찍 -0-;; 한 2시쯤 잠들었나? 정신없이 자다가 배가아파서(!) 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계를 봐뒀는데, 새벽 5시 51분이었다. 배는 좀 고픈데, 샤워를 해야하나 오빠를 깨워야하나 어쩌나 고민하다가 한시간이 갔다. 그동안 배가 아프다 말다 하는것이 진통같기도 하고 참 애매했지만 분명헸던 것은 '참을만' 했다는 거. 배가 아플때마다 아이폰에 시각이랑 지속시간을 메모했다. 진통 간격은 16분~7분 정도로 널을 뛰며 매우 불규칙하고 한번에 10초~30초 정도동안 아팠다.
7시쯤, 일단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오빠를 깨웠다. 진통오면 먹으려고 미리 재어놨던 3분 단팥죽을 가져다줘서 먹고, 배아플때마다 오빠한테 시간이랑 간격을 재서 아이폰에 메모하라고 시켰다. 배가 좀 더 아파지거나 간격이 규칙적으로 되어야 가진통인지 아닌지 알것 같아서 오빠랑 게임 시작. 이순간을 위해서 지난 몇주간 폐인 생활 한거다. ㅋㅋ 한시간정도 놀다가 좀 졸린거 같아서 자기로 했다.
8시 반쯤?
누웠더니 배아픈게 간격도 더 잦아지고 통증도 심해지는 거 같아서 씻기로 했다. 내가 샤워하는 소리에 엄마가 깨셔서는 화장실문을 박차고 들어오신다. 맨날 늦잠자던것이 일어나서 씻으니까 뭔가 감이 온거다. 배가 조금 아픈거 같다고 얘기하니까 미역국 끓이랴, 병원 갈 채비하랴, 엄청 부산해졌다.
9시쯤.
먹은 단팥죽 다 꺼져서 배고프길래 진통 안심할때 먹어두자는 의미로 미역국이랑 아침 먹었다. 엄마는 심란하다고 먹지도 않고... 먹는 동안 10분정도에 한번씩 배가 아팠는데, 그냥 엄마랑 오빠랑 농담 하면서 내색 안하려고 노력.. 했던걸 보면 이때도 역시 진통이 참을만 했다.
10시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졸려서 좀 자기로 했다. 자다가 배아프다가 자다가 배아프다가 그랬는데, 아플때마다 오빠한테 메모시켰다. 근데 잠에 취해 자느라고 적당히 아픈거는 그냥 넘겨버리기도 했다. 엄마는 우리가 쿨쿨 자니까 왜 병원에 안가냐고 조급해했다.
12시좀 넘어서.
이제는 의학의 손길이 좀 필요하겠다는 느낌이 살짝 들길래 일어나서 노태욱 선생님한테 전화를 시켰다.
간격이 7~8분이라고 오빠가 얘기했더니(사실은 6분~15분으로 매우 불규칙) 좀 더 아프면 오라는 대답만 듣고 다시 게임 시작. 배고프니까 식빵에 피넛버터 발라서 한쪽 먹고. 한 30분정도 게임을 하는데 배가 아파서 게임이 재미 없어지는 정도의 진통으로 변함. 좀 누워볼까 했더니 진통이 더 심해짐.
2시쯤.
간격은 여전히 들쑥날쑥인데, 한번 진통 올때 한 45초~1분정도 아프게 되었다. 아픈것도 제법 이제 피크에서는 말이 잘 안나올 정도가 되고. 슬슬 병원에 가보자 하고 일어나는데 산부인과에서 전화가 와서 이제 좀 아픈거 같다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씀드림. 이때까지 화장실도 두번 가서 자체 관장 다 해놓고. -0-;;
2시 40분경.
이것 저것 아침부터 엄마가 열심히 챙긴것들이랑 내가 미리 싸둔 입원가방 들고 굿사마리탄으로 출발. 5~6분 간격으로 진통이 그럴싸하게 온다. 차가 덜덜거리니까 더 아파서ㅜ.ㅠ 그지같은 고속도로 포장상태가 너무 미웠다.
3시 반쯤 병원에 도착.
pre-register을 해놓아서 분만실까지는 꽤 빨리 들어감. 등이 확 트인 가운 갈아입고, 배에다 아기 심장 모니터랑 자궁 수축 모니터 달고, 내진을 하고서야 입원이 되었다. 내진 결과 4cm 거의 열려간다고. 그리고는 끝도 없는 paperworks.. 읽어볼 정신이 어딨노. 그냥 막 싸인했다. 그러는 와중에 간호사인지 산파인지 하여간 가운도 안입고 끝까지 나의 분만을 도와준 여자가 피범벅을 하며 내 오른 손목 딱 꺾이는 바로 그 부분에 IV 꼽고. 이때부터 그 다음날까지 이놈의 IV가 나는 제일 괴로웠다능...
입원하자마자 나는 에피듀럴 맞을거라고 했더니 조금 더 있다가 맞는게 좋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IV 꽂을 무렵 맞겠냐고 해서 맞겠다고 했더니, 화장실을 갔다오란다. 에피듀럴 맞기 시작하면 소변줄을 꽂겠다고. -0-;; 에피듀럴이 등에다 주사바늘을 꼽는 무서운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만 마음의 준비를 해 왔는데, 소변줄이 웬말이냐. 그래서 내가 당황했더니 간호사가 너 에피듀럴 맞을 준비 된거 맞냐고, 준비되면 다시 말하라고 하고 가버린다. 그러는 와중에 진통 오고, 아프니까 또 다급해져서 화장실 갔다온 다음에 맞겠다고 했다. IV 줄 때문에 온 가족의 시중을 받으며 화장실에 갔다 온 후, 간호사 여인이 다시 내진을 하더니 5센치 열렸다고 마취과 의사를 불러왔다.
5시반~6시쯤?
에피듀럴 맞는데, 예전에 탈장 수술 할때 척추에 마취주사 맞았던 것 같으려니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웬걸 -0-;; 그것보다는 좀 더 통증이...;;;
에피듀럴 맞고 있으니 노태욱 샘 들어오신다. 이것저것 확인하시는데 간호사 여인이 노태욱 샘한테 그런다. 투나잇이 그 나잇(the night)이 될거라고, 애기가 라잇 데어(right there)에 있다고.. 속으로 '다행이다'했다. 피토신(촉진제) 오더주시고, 한두시간 후를 기약하시고 떠나심.
서서히 에피듀럴 약기운이 돌면서 진통이 fade out 헸디. 그야말로 fade out.. ㅋㅋ
노트북에 준비해 간 흘러간 드라마 온에어를 보면서 평화롭게 있으니 엄마가 첨단(?) 의학의 힘에 황당해했다. 오빠는 막 졸려그러고.. 엄마랑 오빠랑 둘이 병원 까페테리아에 밥먹으러 감.
에피듀럴 맞은지 두시간쯤 지났나?
피토신 때문인지 진통 간격은 1~2분으로 줄어들었는데, 자궁문은 6센치 밖에 안열렸단다. 해서 다시 피토신을 줄인단다. 엄마도 우리 낳을 때 병원 간 지 두어시간만에 낳고, 경선언니도 제유를 병원 가서 금새 낳았다고 하고, 주변에 애들을 후딱후딱 낳은 사람들밖에 없어서 내가 진행이 느리니까 (초산치고 느린것도 아닌데!) 완전 지진아 산모 취급들을 하는거다. ㅜ.ㅠ 진행 느린게 내잘못이여?? 덩달아 나까지 웬지 엄마랑 오빠를 지루하게 만드는게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0-;;
8시반~9시쯤..
노태욱 샘 오셔서 양수 터트림. 애기 머리앞쪽에 있는 양수 쿠션이 빠지면 진행이 빨라질거라고 하시면서 두어시간 있다가 오신다고 하심. 진작에 내가 애낳고 먹겠다고 크리스피 크림을 사오라고 했는데 '옐로스톤의 악몽'처럼 애나오는거 못보게 될까봐 안가고 있던 오빠, 크리스피 크림 사러 떠남. 누워만 있으니 진행이 느린가 싶어서 일어나 앉아봤다. 앉아서 엄마랑 얘기하면서 골반을 좀 살살 돌리니까 약간 수축이 세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에피듀럴 약 늘리는 버튼 한번 눌러주고. 뭔가 아랫쪽에 압박이 점점 세지는거 같아서 웬지 곧 아가가 나올듯도 한데 오빠가 안와서 살짝 걱정. 도넛사러 간 오빠는 한시간이 다되어서야 왔다.
10시쯤..
간호사가 뭔가 거하게 생긴 것들을 들고 와서는, 내가 진행이 느린데, 자궁수축은 잦고 해서 pressure transducer를 넣겠단다. 그거 하기 전에 얼마나 진행했나 함 보자~ 하더니, 이거 안넣어도 되겠다 한다. 10센치 다 열렸다고 이제 푸쉬해야된댄다. 푸쉬하는 방법 설명해주고, 남편 한쪽다리 잡으라고 시키고, 내가 진통을 못느끼니 자궁 수축 모니터 보다가 지금이닷! 하면 간호사의 구령에 맞춰 힘을 열심히 줬다. 진통 한 번 올때마다 세 세트씩 똥쌀때처럼 힘주라는데 누워서 다리 쳐들고 감이 잘 안오는데다가, 아프지도 않으니 뭔가 긴장감도 없어서 좀 웃겼다. 꼭 짐에서 강사의 구령에 맞춰 운동하는 듯한 느낌이. ㅋㅋ 그래도 푸쉬 오래하면 애기한테도 안좋다하고, 제왕절개 해버린다 그럴까봐 최선을 다해서 힘을 주기를 한 서너번? 애기 머리가 보인단다. 이제 힘주지 말고 노태욱 샘 부를테니 기둘리라고. 한 20분 기다렸나? 노태욱샘 오시더니 막 옷갈아 입으시고 뭔가 다들 바쁘게 애 받을 준비를 하더니 노태욱샘이 다 아는데 새삼스레 또다시 푸쉬 방법을 설명해 주신다. 그리고 아까맹키로 세 세트짜리 푸쉬운동 세번 하고, 네번째에 세세트 다 했는데, 선생님이 한번더 할래요? 그러길래 옙 하고 응차 했더니 오빠 팔이랑 옷에 피가 파바박 튀고 사람들이 오 나왔다 나왔다 한다. 난 뭐 하나도 상황파악이 안되니 정말? 나왔어? 할 밖에.. 아랫배가 촘 아프네.. 하는데 이제 젠틀하게 힘을 좀 슬슬 줘보란다. 그래도 힘을 살살 주니까 안되는거 같고, 살짝 열심히 푸쉬했더니 애기가 쑥 나오는 느낌과 함께 곧 응애~ 소리가 들렸다. 그때가 23시 06분. 우리 찬이 태어난 날 되겠음.
피범벅 아가를 내 품에 턱 안겨주는데 눈물이 펑펑 나는거다. 그리고 애기가 내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다. 니가 이렇게 묵직해서 내가 그동안 그리도 힘들었구나! 오빠도 옆에서 눈이 빨개져서는... 정신없이 탯줄 자르고(사실은 당황해서 한번에 자르지도 못함) 찬이는 다시 간호가사 데려가서 뭔가 검사하고 닦고 하는동안 의사샘은 나 찢어진데 꼬매면서 다행히 많이 안찢어졌다고... 진통하는 동안도 몸이 좀 떨리고 있었는데 아가 낳고 나니까 정말 다리가 후덜덜덜 떨렸다.
의사샘도 가시고, 뒷처리 하던 시다 간호사도 떠나고, 마지막으로 15분 간격으로 간호사가 와서 배안에 피를 짜는데 너무너무 아팠음 -0-;; 한 세번 짜내더니 병실로 보내줬다.
여기까~지가 처음 겪어본 출산후기 되겠음.
아.. 너무 길다. 요약본을 다시 쓰던가 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