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 말에 따르자면 의학적으로 정확하게는 지금 13주 4일 되었지만,제멋대로인 월경 및 배란주기 때문에 애기는 11주~12주 인 상태인 지금, 지난 6여주간의 입덧일지를 씀으로써 나도 앞으로의 가족계획에 있어 임신이 할만했다는 망각으로부터 보호하고, 다른이들에게(특히 복중용종) 그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엄살+생색을 내고자 이 글을 시작한다.
이놈의 지겨운 입덧은 한편으로는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안까먹게 해줘서 고맙(지는 전혀않)기도 하지만 새벽 3~4시경에 지독한 속쓰림때매 깨는 것으로 시작했다. 위산억제제를 먹으며 하루이틀 트림을 꺽꺽 하며 보내다가 7주째 토요일 아침, 흰죽을 다 토하는것으로 화려한 막을 올린 입덧.
그로부터 한 일주일은 거의 굶으면서 매일매일 누워서 보냈는데 너무 힘들때는 가습기를 끄고 코로 거칠게 숨을쉬면서 "속보다 코가 더 괴로워"라고 나자신에게 주문을 걸면서 괜히 코만 혹사시켰다. 그래서 코딱지파면 피도 나고 ㅜ.ㅠ
겨우 1주일짼데, 사람들이 막 12주까지 4주만 참으랬다가 또, 12주가 되어도 뾰족히 좋아지지 않는댔다가 매우매우 암울한 말씀들만 하시는것이 아니더냐. 그래서 침대에서 시간아 빨리가라만 외치면서 너무 자서 오지도 않는 잠을 열심히 청하며 지냈다. 미씨usa아줌마들이 입덧=우울 이렇게 얘기들 하더니만, 정말 하루종일 찌질찌질 안좋은 속은 정신을 파괴하기에 딱 좋았다. 어떤 여인네들은 입덧이 없어서 살이 쪄서 걱정이라더만, 왜 나는 이리 하등한 종족인가 별별 생각도 다들고. 그동안 살면서 내자신에 대해서 참 자신감도 많고 그랬는데 그간 크게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열등감이 밀려왔다. 책에서 보니 50퍼센트나 되는 입덧안하는 우월한 자들에게 밀린 루저같았다.
또 인간이 개보다도 하등한거 같다는 그런 생각도 했다. 울렁거려서 컴터도 못해, 책도 못봐, 먹지도 못하는데 움직이면 기운없어질까봐 누워만 있으니 이상한 생각만.. 예전에 루비 보면 임신했더니 입덧은 커녕 밥만잘먹고, 강아지는 태어나자마자 눈도 못떠도 기고 구르고 해서 엄마젖 알아서 찾아먹고 알아서 똥싸고 알아서 자더라. 근데 왜 육아책보니 인간은 애기 낳자마자는 젖도 잘 안나와, 애기가 먹고는 소화도 알아서 못시켜서 트림을 시켜줘야되는 것이냐고.. 다 종족 번식하라고 신이든 진화법칙이든이 만들어 놓았을텐데, 이건 뭐 자연상태에선 멸종하게 생긴거 아닌가? 임신한 여자가 더 잘먹어야지, 더 못먹게 만들어 놓으면 어쩌자는거냐.
뭐 하여간 결론적으로 5~6일의 사투끝에 오빠 친구 어머니께서 초대하신 저녁을 잘(?) 먹는것으로 빛이 한줄기 보이는가 싶더니 (사실 나는 그때 내가 열등한 자에서 우월한 자로 업그레이드 된걸로 알았다) 끝났는가 하면 다시 찾아오고 너무 힘들어서 엉엉 울고나면 또 괜찮아지는 입덧 사이클이 계속되고있다. 다행히 이 진동 사이클을 평균내보면 컨디션 상승 곡선이어서 저번주부터는 오피스 나가면서 학교 음식을 잘 사먹고 있다.
살이 빠져서 몸이 그걸 회복하려고 그러는건지, 상태가 좋을때면 꼭 땡기는 것이 피자 -_-인데 오늘은 창피하게도 오아시스에서 파는 바베큐 치킨피자가 먹고싶어서 투고해다 먹었다. 물론 먹고나서 트림 100번은 기본이다. 지난주에도 학교에서 연속 이틀간 점심으로 피자사먹고 주말에 좀 힘들었는데. 애기가 자기가 독수리 여권에 빛나는 미쿡애가 될걸 아는지, 입덧이 매우 심할때도 햄버거는 먹어지더라. ㅋㅋ 음..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반애국사대친미주의자같아보여서 싫지만, 그래도 가난한 유학생 엄마가 줄수있는게 이거뿐이니 어쩌겠음?
하여간 괴로운 입덧기간이 끝나가는것처럼 보이는것 같아서 -0-;; 그래도 나는 우월한 편인가 라고 생각하며 컨디션 좋을때는 하이퍼 모드로 되었다가 속나쁘면 급 우울했다가 태교와는 전혀 상관없는 라이프를 살고 있지만.. 그래도 요즘 우유는 잘 마시고 있으니 스스로 대견하다;;;
오늘 아침에 잠옷 훌훌 벗고 몸무게를 달아봤더니, 이거 뭐 중학교 졸업 이후로 첨보는 숫자가. @_@
입덧도 끝나가서 요즘 좀 먹는줄 알았더니 왜 살이 더 빠졌을까? 배만 뽕 나와가지구...
사춘기 이후로 엉덩이가 작아질까봐 걱정하긴 첨이다.
트림과 소화불량때매 많이 먹는건 힘들고, 간식에 총력을 기울여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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